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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교차로 씨리즈/목회적 교차로

성과주의의 함정과 복음의 기준 — 교차로 24편: 성과주의와 복음의 교차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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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요약 

복음은 결과와 조건을 기준 삼는 성과주의를 거부하고, 사람을 오직 은혜로 바라보도록 우리를 다시 세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속담입니다.
어느 길로 가든, 무엇을 타고 가든,
얼마가 걸리든, 누구와 함께 가든
**중간 과정은 상관없고 “서울에만 도착하면 된다”**는 의미이지요.
이 말을 할 때 우리는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서울에 가는 일 자체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일종의 **‘아디아포라(adiaphora,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1.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말의 함정

비슷한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

겉으로 들으면 괜찮아 보입니다.
결론은 “정승처럼 제대로, 바르게 쓰자”니까요.
하지만 이 말 속에는
묵직한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 “정승처럼 쓰려면 개처럼 벌어도 된다.”
  • 과정에서 남에게 피해를 줘도,
    양심을 조금쯤 속여도,
    욕심껏 달려들어도,
    결과만 좋으면 괜찮다.

즉, 좋은 결과를 위해 나쁜 과정을 정당화하는 논리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과주의·결과주의가 가진 위험입니다.
이 사고방식에 사회 전체가 물들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도 자연스럽게 변합니다.

  • 외모
  • 학벌
  • 집안
  • 인기
  • 직위
  • 성적, 실적, 성과…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물”만 보고
그 사람의 가치까지 판단하게 됩니다.
겉으로 볼품없으면 무시하고,
조건이 좋으면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이 틀 안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뒤처지기 싫은 마음 때문에
어느 정도는 성과주의의 물을 마시고 살아갑니다.


2. “선을 이루기 위해 악을 행하자?” – 바울이 꾸짖은 논리

로마서 3장에는
당시 로마 사람들의 결과주의 논리가 잘 드러납니다.

“우리 불의가 오히려 하나님의 의를 더 드러낸다면,
그게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이 된다면,
우리가 왜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냐?”

조금 더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내 거짓말, 내 죄로 인해
하나님의 진실함과 의로우심이 더 돋보인다면,
결과적으로 좋은 일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왜 심판 받아야 하지?”

바울은 그들의 논리를 빌려오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사람의 말하는 대로 말하노니…” (롬 3:5)

즉,
‘세상 논리’대로 말해 보자면 이런 궤변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8절에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선을 이루기 위하여 악을 행하자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비방하는 자들은
정죄 받는 것이 마땅하니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사고방식은
    성경적으로 정면 반박을 당한다.
  •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죄도 어느 정도는 괜찮다”는 논리는
    복음과 정반대이다.

세상이 성과주의·결과주의로 가더라도,
교회와 성도는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3. 잘못 읽힌 “삼박자 축복” – 기복신앙의 그늘

이 결과주의는
교회 안에서는 기복신앙, 삼박자 축복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요한삼서 1:2)

이 말씀을 이렇게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진짜 신앙 좋으면”
    • 사업도 잘되고
    • 건강도 늘 좋고
    • 자녀도 문제 없고
    • 인생이 전체적으로 “쭉쭉 잘 풀려야 한다.”

그래서 반대로

  • 일이 꼬이거나
  • 병이 오거나
  • 고난이 오면

“저 사람, 신앙생활 제대로 안 해서 그래.”
라는 영적 성과주의가 고개를 듭니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와 조건을 가지고
믿음의 질을 재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줍니다.


4. 가장 초라한 겉모습, 가장 영광스러운 실체

예수님을 묘사한 이사야 53장 표현을 떠올려 봅니다.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사 53:2)

예수님의 지상 생애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마구간의 구유에서 태어나셨고
  •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성장하셨고
  • 인물도, 풍채도, 외적인 화려함도 없으셨고
  • 끝내 십자가 위에서 버려진 자처럼 죽으셨습니다.

겉으로는 실패,
속으로는 온 인류의 구원을 이룬 유일한 승리.
겉모습과 결과만 놓고 보면
로마의 결과주의·엘리트주의 잣대로는
예수님은 인정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선언합니다.

하늘과 땅과 땅 아래 있는 모든 존재가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 꿇게 될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성과·조건·스펙
가치와 진실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수님 자신이 몸소 증명하셨습니다.


5. 세상은 엘리트주의로, 교회는 은혜주의로

오늘날 세상은
성적·스펙·능력 중심의 엘리트주의로 움직입니다.

  • 학교: 성적과 입시 스펙
  • 직장: 성과와 실적
  • 사회: 영향력과 돈, 이미지

이것은 세상이니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본질적으로 복음의 논리로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교회가 이 논리를 그대로 가져올 때입니다.
교회는 본래

“세상에 미련한 것, 약한 것, 천한 것, 멸시받는 것들을 택하셔서
강한 것, 지혜로운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는 곳” (고전 1장 요지)

이어야 합니다.

  •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시고
  •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이 **“전적인 은혜”**임을 깨닫게 하는 곳.

그런데 실제 교회 운영을 보면,
종종 이렇게 흘러갑니다.

  • 안수집사·장로·권사를 세울 때
    • 사회적 지위, 학벌, 재력, 스펙
    • “목회자 말 잘 듣는 사람”
    • “세상 사람 앞에 내놔도 체면 안 구길 사람”
  • 교회 리더, 교사, 찬양팀, 팀장, 위원장 뽑을 때도
    • 능력·성과 위주의 기준
    • “아이들 리더는 학교 성적도 좋아야 한다”는 식의 기준

세상에서 상처받고
“교회는 은혜가 있겠지…” 하고 찾아온 이들에게
다시 성과와 조건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교회는 더 이상
“피난처”가 아니라 또 하나의 “경쟁장”이 됩니다.


6. 은혜로 세우는 공동체 vs 성과로 세우는 공동체

초대교회의 모습을 잠깐 떠올려 봅니다.

  • “내 것, 네 것”의 구분이 옅어지고
  • 가진 자가 없는 자를 돌아보고
  • 사랑이 구체적인 물질 나눔과 돌봄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안에는

  • 스펙
  • 재능
  • 배경
  • 학벌

로 줄 세우는 문화가 아니라,
복음 앞에서 모두가 “받은 자”라는 자각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성과주의가 스며든 교회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 평소에는 별 문제 없어 보이다가
  • 재정 위기, 목회 위기, 갈등 상황이 오면
  • 소속감과 사랑을 느끼지 못하던 다수 성도들이
    조용히, 한 사람씩 떠나 버립니다.

실제로 수많은 한인 이민교회들이
이 과정을 거치며 사라져 갔습니다.


7. 성과주의 대신, 복음의 기준으로

결국 질문은 이것입니다.

“교회는 사람을 성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복음과 은혜로 볼 것인가?”

  • 사람들을 영적 오합지졸로 만들 것인가,
  • 아니면 그리스도의 강한 용사들로 세울 것인가.

그 차이는
대단한 교회 프로그램이 아니라,
리더십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바라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 세상의 결과주의·엘리트주의를 그대로 가져오면
    교회는 결국 세상의 또 다른 지점장이 되고,
  • 복음의 은혜를 기준으로 사람을 대하면
    교회는 상처 입은 자들이 치유되고,
    쓰임받지 못했던 자들이 일어나는
    복음의 훈련소가 됩니다.

우리는 어떤 교회를 세우고 있을까요?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성과의 눈으로 보고 있을까요,
복음의 눈으로 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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